새로 열리는 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산책자 댓글 조회 작성일 20-03-06 00:00본문
작년 1월정도 였을까요? 추운 계절이 한창일때, 처음 마음지음 상담실에 방문 했었지요.
낮선곳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어쩔줄 몰라서 긴장해 있었는데 상담실 데스크의 안내 선생님의 밝은 미소에 살짝 안심이 되었습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상담선생님을 따라 들어가는 몇초가 길게 느껴질 정도로 긴장이 되었습니다.
상담실을 들어가자, 선생님이 밝게 맞아주셨고 제가 앉을 자리를 따듯한 온수팩으로 뎁혀 놓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다른곳에서 받았던 예전의 상담이 좋지 않게 끝났던 아픈 기억으로 인해 저는 쉽게 마음을 열지는 못했던것 같아요.
선을 밟고 넘어오신것 같다는 제 이야기에 선생님은 함께 춤을 추는데 처음이라 발을 밟기도 하고 선을 넘을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은유로 이야기 하시면서 차차 알아가자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안심이 되었습니다.
제겐 가정폭력과 학대라는 어린시절의 기억이 있었고, 원인도 모른채 갑자기 공포를 느끼면서 무릎뒤가 조여오는 신체화 증상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힘든일이 있으면 혼자 짊어지고 끙끙 앓듯이 늘 그렇게 살아왔던 것 처럼, 한달동안 혼자서 집에서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안기는데도 몸에 닿으면 불같이 화가나고 제어가 안되고 있었습니다.
일상이 감당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바닥 가득 어지어진 집안에 아이는 하루 종일 티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지푸라기 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갔는데,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던 제가 상담을 하면서 변해 갔습니다.
내가 못난이 같고, 늘 죄책감에 사로잡혀 자기비난을 하던 제가 이제는 ‘나는 괜찮은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이 두렵고 무서운 곳이었는데, 세상도 ‘좋은곳일 수 있겠다. 따듯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곳이구나’ 라고 바뀌었습니다.
개인적 성취에 대한 활동들을 할 때마다 무릎뒤가 조여 오면서, 주저 앉게 되는 일이 많았는데 이제는 대학원에 진학하고 글쓰기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트라우마의 대물림을 끊고 싶지만, 잘 안되서 늘 자책 했었는데, 이제는 아이와의 관계에서 삐걱거릴때도 쉽게 페이지를 넘기며 화해하고 다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사소한것들이 정말 어려웠는데, 지금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래도 관계는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차차 더 알아가고 싶어요.)
남편과의 싸움도 여전하지만, 빈도나 강도가 많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제게 가장 큰 상처를 줬고 너무 미웠던 엄마와 다시 전화를 하고 안부를 묻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어렵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이것도 삶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더 알게 되겠지요.
제가 이렇게 회복하고 성장 할 수 있었던건, 저를 붙잡아 주시고 수용해 주셨던 상담선생님이 계셔서 입니다. 늘 혼자만의 세계에서 자책하는 내게 “괜찮아. 그럴수도 있지” 라고 말해준 사람이 있었기에 힘을 내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상담을 받으면서, 내 이야기를 하고, 공감받고, 격려받고, 지지받고 눈 맞추고 이야기 하던 그시간들이 저를 살게 했고 자라게 했습니다.
세상은 내게 닫힌 문, 막힌 길 끝에 홀로 서있는 듯 느껴졌는데 길의 끝이 새로운 문이 열리는곳이 되었습니다.
매주 상담가는 시간이 설레고 즐거웠어요. :)
고맙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