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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엄마를 이야기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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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생 댓글 조회 작성일 17-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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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이야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 인생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 그 녀석이고그 녀석으로 인해 이름 지어진 '엄마'는 별일 없이 산다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서 이번 집단에서 '재생'이란 별칭으로 참여하면서,  짧지만 6주 동안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

 

처음 보는 낯선 이들과 어떤 이야기들을 얼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지금의 나와 ‘6주가 지난 후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사진 카드를 고르면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던 것 같다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과 생각을 직관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진을 설명하면서 안전하게 조금씩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특히 초반이라 겉돌거나 두루뭉술할 수 있는 자기이야기를 사진이라는 시각자료로 대체하여 좀 더 쉽게 이야기 할 수 있었다그렇게 첫 회기가 안전하게 느끼게 되니까 이 후 회기에서도 자연스레 쉽고 빠르게 나 자신에 대해 집중할 수 있었다.

 

매 회기마다 주제에 맞는 시와 단어동화책 만들기 등 다양한 방식의 회기가 진행되었다때로는 짧은 시간동안 내 안에서 미처 정리되지 못한 아이에 대해 쓰고다시 쓰고 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특히나 내 언어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평소에 글 좀 쓸 걸 ㅜㅜ다른 사람들의 글 솜씨에 놀라기도 하고그 사람만이 가지는 고유한 말투와 그 사람만의 고뇌가 생생히 드러나는 결과물에 놀라기도 했다그 말인즉슨 내 이야기와 내 글에도 내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소개받고 참여하면서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이나 집단상담을 다수 경험해 본 나로써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그저 아이가 얼마나 속 썩이는지내가 얼마나 애를 쓰는지얼마나 속상하고 힘든지 푸념을 하면 나를 위로해주고 내 편 들어주길 바랐을 뿐이었다.

 

그런데, (물론 공감받고 격려도 받았지만이 프로그램에서 내가 진짜 감사히 얻어간 것은 내가 진짜 아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이었다한창 사춘기로 멀어져가고말도 하지 않고삐딱해진 아이와 잦은 다툼이 있으면서과연 내가 엄마역할을 잘 해내고 싶어서, ‘훌륭한 엄마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서 이렇게 고군분투하는 건 아닌지 늘 의심했었다 사랑이 없는 채로그걸 깨닫고 나니 속시끄러움이 가라앉고 아이가 보였다그 앞에 선 나도 보이고.

 

사춘기 아이의 입장(2주차)’, ‘너를 향한 내 마음(3주차)’이 뭔지, ‘엄마라는 이름에 담긴 소망(4주차)를 돌아보다보니 내가 나 스스로 의심하고 있었던 아이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게 되었다. ’너에게 주려고 한 건(5주차)‘ 내 진심과 사랑을 엉뚱하게 표현하고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뒤통수 맞은 느낌이었다마지막 회기 때는 5주 동안 나눈 내 이야기를 모두어 공동시를 만드는 작업이었다내 이야기를 들어줬던 나 이외의 참여자들이 내가 제시한 단어를 가지고 짧은 글을 이어 엮어서 시를 만들어주었다각자 자기 방식대로 글을 써 주었는데 모두 모여 시가 되었고마치 한 사람이 쓴 듯한 놀라운 결과가 일어났다내 이야기가 그들의 글로 다시 쓰여 지고격려와 공감의 글이 되어 내 이야기로 다시 되돌아오는 경험은 참여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요상한 느낌을 준다내 이야기와 그들의 이야기가 6주간의 꽤 멋진 조각보가 된 것 같았다.

 

문학상담 프로그램이라고 하여 글쓰기가 다소 부담이 된 것은 사실이나말로만 했던 상담과 달리 글로 된 결과물이 6주간의 기록으로 남게 되니 그 또한 나름 재미있었고의미가 있었다그 결과물로 아이와 다시금 얘기도 하게 되고, ‘맞잡은 손으로 상징된 내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 갈 수 있게 되었다.

 

아무쪼록 함께 모여 급하게 달려온 걸음을 멈추고 잠시 나무그늘에 쉬면서 머릿속에 떠도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말과 글로 정리하다보니 지금까지 아이와 나의 관계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새로 써 갈지 갈 길이 조만큼 더 멀리 보였다.

 

함께 한 고래밥개나리민낯곰돌이연두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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