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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후기

이전의 나와 같은 이들에게 전하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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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늬 댓글 조회 작성일 17-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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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이 없었다.
혼자 해결하는 것에는 이골이 나 있었고 질려있었다. 혼자서 해결할 부분은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그만 씹던 껌을 뱉어버리고 싶었다.
끈 떨어진 연 처럼 이미저리 되는대로 내 맡기고 나니 나 라는 사람이 대체 무얼 하는 사람인가 싶었다. 어쩌자고 이렇게나 되는대로 살고 또 갈 수록 처절해져만 가는지. 맞춰 달라면 맞춰주고 같이 울어달라면 울어주고. 그런데 왜 난 나 조차도 날 위해서 울지 못할까. 이미 앞서 시도한 두어번의 상담은 모두 슬픔만을 남겼다.
'아- 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사람이구나. 저 분들이 저리 애를 쓰는데 왜 나는 날뛰고만 있을까.'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매달렸다. 어차피 마지막이니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볼 요량이었다. 어차피 마지막 상담이니 재고 어쩌고 할 것 없이 마구 던졌다. 뭐 어차피 재고 어쩌고 할 힘도 없었지만.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그리도 부러웠다. 뭐가 그리 즐거울까. 달콤할까. 무엇이? 그 사탕 나도 한 번 맛보게 해달라고 외치고 싶었다. 공평하지 않다.

 

상담후기이니만큼 뭐 어떤 효과적인 것이 있었는지 과정을 쓰는게 좋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다. 상담 과정 안에서의 흐름이야 사람들 마다 모두 다른 것이고 써봤자 별 도움도 안될테니. 그러나 혹, 나와 같은 길에 서 있었던 사람들을 위해 글을 남기자면 도저히 변할 것 같지 않게 얼굴에 덮어 씌워진 굴레가 어느 덧 눈 녹듯 녹아서 사라져 있더라는 것이다. 그렇게도 지독히 싫었던 것이 상담사 선생님의 눈을 통해 보면 그리도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어째서 그리 되었는지 내가 겪었지만 어찌 그리 되었는지 모르겠다. 주변에서 다들 많이 변했다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도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상담에 정신역동 인지 등등 여러 기법이 있다지만 나도 내가 무얼 경험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분명한건 기법 때문에 내가 따스함을 느낀 것은 아닐거라는 거다. 사람과 사람에게는 공명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울리면 다른 사람도 함께 울린다. 굳이 말하자면 함께 울렸던 것일지라.

 

나도 상담을 공부하는 학생이고 배우는 입장이지만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것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 이상을 이 곳에서 배웠다. 이제 나는 학교를 떠나고 후배들이 배움의 길을 새로이 걷는 것을 맞이하게 될 테다. 나도 이제 필드에 서게 될 것이다. 두려움의 길에 별 하나가 떠 있다. 내가 받은 만큼 내담자, 후배들에게 줄 수 있을까. 그리고 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하게 만이라도 함께할 수 있을까.

 

앞선 수 많은 상담이 실패였더라도 단 하나의 상담만 내게 와 닿았다면 나는 상담의 효과를 본 것이라고 말 할 것이다. 내담자 경험이 좋지 않아서 쓰라린 이들에게 그 과정 조차도 보듬어 안을 때가 꼭 올 것이라고 전하고 싶다.

그 모든 것을 어여삐 여기사. 지금의 당신을 어여삐 볼 수 있을 때가 꼭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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