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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지음 이야기

오래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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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조회 작성일 16-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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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면 볼 수 있지만 내려오면 더 이상 보지 못한다.

 그래도 올라갔던 경험은 남는다.

높은 곳에서 본 것에 대한 기억이 낮은 곳에서의 처신술을 만들어낸다.

더 이상 못봐도 여전히 높은 곳임을 알고는 있기 때문이다.

-르네 도말 Rene Daumal-

 

 

 

                                                                                                                                                          <김환기>

    

  

  700년대를 살았던 중국의 당나라 시인 이백은 유명한 시 <유배지에서 쓴 편지>를 썼다. '오랜 친구'인 낙양의 소킨을 위한 시였다. 이 시를 보면, 함께한 시간이 아주 적었음에도 둘이 평생 깊은 우정을 나눴음을 알 수 있다. 시의 끝부분에서 이백의 마음은 오랜 친구의 존재로 가득 차 있다.

  "말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아무리 말해도 끝이 없는데. 가슴속에 품은 이야기들이 끝이 없는데."

함께한 것보다 떨어져 있던 시간이 훨씬 긴데도, 친구의 존재가 어떻게 이리 평생토록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생에 복이 있다 한들 이런 친구를 한 명이라도 만들 수 있을까? 복이 넘친다면 두 명쯤은 만들 수 있을까?

  이백과 소킨은 서로에게 별과 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짧지만 오래도록 빛을 던져주는 존재. 하지만 어두운 밤하늘을 가로질러 상대가 있는 곳까지 빛을 비춰주는 일은 힘들다.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나의 빛이 밝지 않을 때도 존재를 보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은 그 자체로 우정의 또다른 메타포다. 진리와 사랑, 합일, 신과 나누는 평생의 우정을 상징한다. 소킨과 떨어져 지내던 이백처럼 우리도 생의 많은 시간을 무의식과 무지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진리와 신의 존재는 속 깊은 오랜 친구처럼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우리가 생각해볼 문제는 분명하다. 우리보다 더욱 큰 이 불변의 존재들과 지속적으로 우정을 나눌 방법은 무엇일까? 별 하나 보이지 않을 때도 이것들이 가슴속에서 빛나게 할 방법은 무엇일까?

 

 

 

                                                               --------------------------------------------------마크 네포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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