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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지음 이야기

죽을 때까지 사는 방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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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조회 작성일 16-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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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는 날까지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동시에 죽는 법도 배워야 한다.

 

 

                                                                                                            --------Morgan  Scott Peck   <끝나지 않은 길>

 

 

*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고 싶어요.

편지> 이십대 후반의 직장인입니다. 저의 고민은 만족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저는 겉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이 있고, 몸도 건강한 편이고, 남자 친구도 있고---.  그런데 늘 불만족스럽고 무언가 더 해야 할 듯한 공허한 마음이 듭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늘 그랬습니다. 학교 다닐 때 시험을 잘 봐도 그냥 우연일 거라 생각했고, 누군가가 나의 진짜 실력을 알면 실망할 거란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날 좋아해도 언젠가는 저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불안하고요. 늘 막연한 불안감과 걱정을 안고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취직시험에 합격했을 때도 3일정도만 기분이 좋았고 이내 걱정이 앞섰습니다. 늘 이런 식이다 보니 저 자신이 너무 답답합니다.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많지만 막상 몸과 마음은 움직이지 않고, 늘 약간의 우울과 무기력과 불안감을 안고 있습니다. 너무 답답한데도 역시 무언가의 막으로 둘러싸여 있는 듯 표출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외양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는 모습. 이 모든게 답답할 뿐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정말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이 상태를 바꿀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 물병자리

 

 

* 능동적으로 적극적인 동일시를 행합니다.

답글> 정신분석이란 학문이 처음 등장한 빅토리아 시대는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그 시대의 개인은 억압된 욕망에 의해, 금지된 소망과 죄책감 때문에 고통받는 인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인은 정체성 혼돈으로 인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때문에 고통을 받습니다. 타인과 똑같은 모습으로 사회가 원하는 사람으로 살아가지만 생에 대한 열정도 없고, 성취감도 느끼지 못하고, 기쁨은 한 순간일 뿐 매사가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생의 창조적인 측면이 잠시 불타올랐다가, 다음 순간에는 좌절의 나락으로 추락하며 고통스러운 감정에 휩싸입니다. 마치 정서적인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습니다.

  물병자리 님이 느끼신다는 정서 상태를 명확히 보여주는 듯한 위의 표현은 정신분석학자 하인즈 코헛이 현대인이 겪는 정신적 문제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프로이드 시대의 인간이 금지된 욕망으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는 인간'이라면 현대인은 존재감을 위협받는 '비극적 인간'이라는 설명입니다. 해결책으로는 '기쁨을 느끼는 능력', '자신의 능력에 대해 긍지를 갖는 상태'를 회복할 것을 권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한 자기애를 통해 내적 생명력을 키우라고 제안합니다. 내적 생명력을 퍼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무의식에 억압된 것을 잘 꺼내봐야 합니다.  그 곳에 생의 에너지뿐 아니라 창조성, 소명, 성장을 향한 잠재력 등 생의 모든 비밀이 들어 있습니다.

 물병자리 님. 무의식에 닿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꿈 일기를 기록해 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꿈은 무의식으로 가는 길이며, 무의식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정신분석 현장에서도 꿈 분석을 많이 사용합니다. 꿈 일기를 꾸준히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내면을 보살피고 삶을 의식적으로 살아가는 훌륭한 방법이 됩니다.

  프로이드 학파는 꿈이 리비도적 소망충족의 기능, 일상적 억압의 해소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융학파는  꿈이 좀 더 창조적이며 예지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집단 무의식이 표출되는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개인이 꾸는 꿈을 분석해보면 80퍼센트 정도는 프로이드 적인 꿈, 20퍼센트 정도는 융적인 꿈을 꾼다고 합니다. 꿈일기를 기록하고 그것을 분석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으로 루시 구디슨의 <여자들의 꿈>이 있습니다.  프로이드, 융, 게슈탈트 꿈 분석법을 모두 채택하여 15년 이상 꿈 치료 워크숍을 진행해온 저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결집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변화, 성장시킬 수 있는 또 한가지 방법은 적극적으로 동일시를 행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기 때부터 주변의 중요한 인물들의 행동을 내부로 받아들이고(내사), 그것들을 모아 자기라는 개념(정체성)을 형성해 왔습니다. 그동안은 제한된 환경에서 수동적으로 했던 그 작업을 이제는 능동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적극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인간은 동일시를 통해 성장하고 동일시는 죽을 때까지 계속됩니다.

  동일시를 행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독서입니다. 선악 구도가 선명한 옛이야기들은 내면의 양가감정을 알아차리게 하고, 그것들을 통합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자아의 발달을 촉진시키고 욕망을 안전하게 충족시키는 방법을 터득하게 해줍니다. 신화나 민담등은 삶의 원형에 대해 일러줍니다. 세계의 모든 영웅 신화가 똑같은 플롯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곧 개인적 삶의 원형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자서전이나 평전에서는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삶의 방법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생에서 막닥뜨리는 심리적 난관의 해결책,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만나는 어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동일시의 두 번째 방법으로 역할 모델을 설정하는 것이 있습니다. 본받고 싶은 인물을 모델로 정해 놓고 그의 인격이나 삶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모방하는 것입니다. 여성계에서는 적극적인 멘토링을, 경제계에서는 적극적인 벤치마팅을 사용합니다. 내면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한 사람의 역할모델을 찾기 어려울 때는 삶의 여러 분야로 나누어놓고 영역별로 모델을 정해도 좋습니다. 여성으로서의 일반적인 삶을 배울 수 있는 사람, 자신이 일하는 전문 분야에서 발군의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 현실적 삶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떠올릴만한 사람 등을 따로 정해두어도 좋습니다. 갈림길에 서거나 어려운 문제에 부딪칠때마다 그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들이라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 생각해보세요,. 그들의 가치관이나 생의 방식을 배우고 활용하면서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겁니다.

  세번째 방법은 종교를 갖는 것입니다. 모든 종교는 저마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물병자리 님처럼 생의 무의미성, 비극성, 정체성 혼돈 등으로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입니다. 무엇보다 종교는 우리 내면에 본디부터 지혜롭고 참된 실체가 존재한다고 제안합니다. 불교에서는 모든 인간의 내면에 부처(불성)가 있다고 합니다. 기독교에서는 인간의 내면에 '하나님을 닮은 자'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그 말을 프로이드 식으로 바꾸면 생애 초기에 만들어 가진 왜곡된 생존법을 걷어내고 본래의 자기와 만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융적으로 표현하면 절대 진리를 함축하고 있는 집단 무의식에 닿으라는 뜻일 것입니다. 자기 심리학 분야의 학자들은 저마다의 내면에서 발현시켜야 하는 참된 성정을 '참자기'라 지칭합니다.

  물병자리 님이 질문하신 내용처럼 우리의 내면에는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 참된 자기와 만나고자 하는 본성이 있습니다. 그 사실을 기억하시고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찾아보세요. 종교를 갖기 위해서는 자신이 약하고, 어리석고, 유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불안감 때문에 자신이 나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사람, 나르시시즘 때문에 자신이 어리석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 시기심 때문에 자신의 부족함을 마주볼 수 없는 사람은 종교를 받아들일 수조차 없습니다. 혹시라도 기복신앙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계시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고통과 시련으로 인간을 담금질할 때 신도 가끔은 홍당무를 사용하실 거라고요.

  지금까지 읽으셨다면 마음을 치료한다는 것, 삶을 개선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짐작하셨을 겁니다. 심리 치료의 핵심은 유년기를 수선하는 것입니다. 유년기에 만들어진 왜곡된 자기 이미지, 미숙한 생존법, 잘못된 현실 인식을 바로잡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과거와 현재, 실제와 환상, 자기와 타인, 내면세계와 외부 현실, 의식과 무의식의 모든 영역을 총체적으로 점검하여 자기 자신과 생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는 일입니다. 그런 다음 타인의 욕망이 아닌 자신의 욕망, 유년기의 생존법이 아닌 성인의 생존법, 이번 생에서 지향하고 성취할 소명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물병자리 님,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많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종이를 펴놓고 '이대로 산다면 죽을 때 후회하게 될 백 가지 일'을 적어보세요. 좀 더 즐겁게 살 걸, 그때라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올 걸, 정신의 밑바닥까지 닿는 사랑을 한 번만 더 해볼 걸, 다섯 가지 수영법을 마스터 할 걸------. 떠오르는 데로 모두 적은 다음 죽을 때까지 하나씩 실천하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삶입니다.

 

 

 

                                                                                 ---------------------------------------------------김현경 <천개의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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