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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지음 이야기

좋은 의사가 있는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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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조회 작성일 16-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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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학교에 좋은 교사가 있듯, 좋은 병원에는 ‘좋은 의사’가 있습니다. 저는 좋은 의사가 갖추어야 할 요건을 기본적으로 다섯 가지로 봅니다.

 

무엇보다 “전문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의학적인 전문성이 없으면 이야기가 안 되죠. 기대할 필요가 없어요. 자원 봉사하는 게 아니니까요.

 

두 번째는 내가 알고 모르는 것이 뭔지 분별하고자 애쓰고, 모르는 분야는 업그레이드하고자 노력하는 일종의 ‘창의성’이 필요하거든요. 새로운 것들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얄팍한 분야에 대해서는 깊게 들어가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이미 배우고 확신한 일에만 거하고자 하면서 새로움을 추구하지 않는 안일함에 빠져 있을 수 있어요. 이 정도면 됐다는 식의 적당주의죠. 그건 참 아니다 싶어요.

 

세 번째는 ‘관계성이에요. 사실 이게 제일 어려운 문제거든요. 옆에 있는 동료와 같이 즐겁게 지낼 수 잇는 관계성이 필요한데, 이 부분이 부족하면 여러 면에서 문제가 드러나죠. 관계성이 부족하면 아무리 잘나고, 똑똑하고, 전문성을 갖추고, 새로운 걸 시도해도 종합적인 서비스가 안 나오는 겁니다.

 

네 번째는 ‘포용성’입니다. 이 부분을 저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잇어요. 우리 안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약속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것, 그리고 함께 지켜 가는 포용력이 필요하지요. 환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차, 영적인 면에 대한 존중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작은 부분일 수 있는데, 바로 ‘정직성’입니다.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 돈 문제와 관련하여 정직하지 못할 때가 잇죠. 특정 약을 쓰면 제약회사에서 뭘 주니까 그 약을 쓰고, 이렇게 진료하면 어떤 재료를 사용하게 되니까 돈을 받게 되고... 또 이런 경우도 있어요. 환자의 진료를 정리해서 단순화하면 논문 내기가 편하니까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베스트’가 있어도 정해 둔 틀에 맞게 환자의 진료를 단순화하는 경우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명예나 돈을 위해 치료의 방법과 내용들을(물론 잘 몰라서 그럴수는 있겠습니다만) 더 나은 방법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바꾸는 부정직함이 있습니다. 인생에 있어 작은 부분인 명예와 돈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좋은 의사라 말할 수 있죠.

 

앞서 설명한 다섯 가지 요건, 즉 전문성, 창조성, 관계성, 포용성, 정직성, 이 다섯 가지가 각각 70점 정도만 되어도 좋겠어요. 그러면 서로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만약 네 가지 부분이 모두 100점인데 단 하나가 60점이라면 그 하나 때문에 다 힘들어요. 주위 사람들이 정말 너무 힘들어지죠. 가령, 다 좋은데 자꾸 특정 약만 쓴다면 그것 때문에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지는 거에요.

 

결론적으로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이슈를 세 가지로 정리해 보면, 첫 번째는 전문성의 자기만족적 요소입니다. 전문성이 겸손 한 마음으로 창의성을 만나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발전해 나가야 하는데, 소위 전문 직업인들이 정반대의 태도를 갖기 쉽지요. 두 번째는 관계성의 기술화 요소입니다. 관계를 중시하는 마음이 포용하는 마음과 짝을 이루어 질병으로 신음하는 다양 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수록 공감하는 능력이 깊어지고, 또 그들을 더 제대로 품을 수 있는 삶으로 자라 가야 하는데 실제로는 환자 보는 게 점점 재미없고 지루해지기가 쉬운 거죠. 3차 병원은 3차 병원대로, 1차 병의원은 그 나름의 이유들이 있어서 이런 양상이 더 짙어집니다.

 

습관적으로 환자를 만나게 되다 보면, 의료를 무엇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게 되죠. 3차 병원들에서는 명예가 더 크게 보이고, 1차 병의원에서는 경제적인 것이 더 크게 보이게 되지요. 환자와의 관계, 동료와의 관계, 그 만남의 현장에서 독려와 환호 속에 생명을 살리는 관계를 이루어 가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리고 자기의 성취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자꾸만 어떤 임상 연구로 환자를 몰아가거나 어떤 옵션들을 환자에게 제시하면서 불필요한 가능성이 큰 진료를 유도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겉으로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과 속으로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지요. 정말 내 앞의 환자가 내 가족이라면 어떤 진료를 권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그 답대로 권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바로 이들 세 가지 이슈가 좋은 의시로 서기 위해 꼭 극복해 가야 할 평생의 이슈들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출처 : 샘병원 이야기/ 이대희 지음/홍성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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