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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지음 이야기

자신의 못나고 부족한 면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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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조회 작성일 16-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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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한다는 게 어떤 건가요?

 

삼십대 중반의 직장 여성입니다. 요즘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참 많이 합니다. 리더쉽 책에서나 명상수행 서적에서나 혹은 여성 문제를 다루는 책에서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게 무엇보다 필수라고 합니다. 그 말이 참 좋아서 매사 그렇게 하려고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그런데 사실 굉장히 막연해요.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은 좋은데 도대체 어떻게 사랑하는 건가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이고 행동인가요? 게다가 남을 미워하고, 화를 내고, 공연히 억울한 사람에게 투정을 부리는 나 자신도 사랑해야 하나요? 남보다 앞서려고 하고, 나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나를 사랑하는 건가요? 아픈 아이를 두고 직장으로 향할 때 나를 사랑한다는 건 어떤 건가요?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울 때 어떻게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나요? 횡설수설하고 있네요. 아무튼 너무 크고 어려운 문제 같아요. - 소울

 

소울님, 좋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자기를 사랑하라”는 말의 의미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게 사실입니다. 우리 대부분은 ‘자기사랑’의 진정한 개념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성장 과정에서도 배운 바가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성장기 내내 부모와 사회로부터 자기를 억압하고 비난하는 법을 먼저 배웠습니다.

우리는 태어난 직후부터 늘 무언가를 잘하기를 강요받습니다. 밥을 잘 먹어야 하고, 말을 잘 들어야 하고, 공부도 잘해야 했습니다. 옳고 바르고 선하고 이타적이고 관대하고 도덕적이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덕목들을 실천하기를 요구받습니다. 우리는 어떤 의문이나 저항도 하지 않은 채 그 요구들에 따랐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그래야만 칭찬받고 사랑받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생존에 유익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구들은 어렸을 때 어김없이 돌아오는 비난이나 응징이 두렵기도 했습니다.

그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이제는 그 요구가 마음 깊이 내면화되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자신에게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여 무엇 무엇을 잘하기를 강요합니다. 스스로를 통제하고 억압하면서 이제는 ‘알아져가게 된 것입니다. 또한 그들이 원하는 온순하고 선량하고 이타적인 자신만을 겉으로 그러내 보이며, 그것을 진정한 자기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내면에서 감지되는 부정적인 모습은 외면하고 억누르고, 가능하다면 흔적조차 없애고 싶어합니다.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스스로 비난하고 벌을 줍니다.

그러나 소울님, 우리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훌륭한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가 사랑받기 위해 겉으로 드러내는 모습 뒤에는 그 반대 감정들이 억압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자기를 사랑하라”는 말은 그러므로 “자기의 긍정적인 면뿐 아니라 부정적인 면까지 모두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사실 긍정적인 속성들은 내가 사랑해주지 않아도 남들이 이미 인정하고 사랑해줍니다. 문제는 내면의 부정적인 면들,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화를 내고 이기적이고 부끄러운”자기의 모습을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부정적인 면을 사랑하라고 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보다 앞서고 공연히 억울한 사람에게 투정을 부리라는 뜻이 아닙니다. 내면에서 투정 부리는 어린 자아를 “왜 투정을 부리지?”하고 궁금해하는 성숙한 자아가 돌보아주라는 뜻입니다. 남이 가진 것을 시기하는 자기가 느껴질 대, 그것을 알아차리고 “아, 내가 시기하는구나. 그래도 괜찮아”라고 지지해주는 겁니다. 내면에서 시기하고 분노하는 마음은 바로 성장기에 상처 입은 어린 자기입니다. 자기를 사랑한다는 뜻은, 이제는 성인이 된 소울님께서 아직도 내면에서 투정 부리며 돌봐주기를 바라는 어린 자기를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내면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자기 모습이 나타날 때만다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려보세요. “내가 나인 것이 좋다.” 그러면 속에서 메아리처럼 다른 목소리가 대답할 것입니다. “좋긴 뭐가 좋아. 성질도 더러운데...” “좋긴 뭐가 좋아, 엄마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데...” 이런 종류의 부정적인 반항이 돌아온다면 그것은 내면에 자기가 사랑하지 못하는 자신이 많이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여성은 자기를 사랑하는 일이 더 어렵습니다. 여성에게는 더 많은 양보와 겸양, 인내 등의 미덕이 오래도록 요구되어왔으며,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실까지 염두에 두시고 더 자주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도 괜찮아”,“엄마 역할이 서툴러도 괜찮아”,“겸손하지 않아도 내가 나인 것이 좋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겁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것에는 자신을 존중하는 일도 포함됩니다. 타인의 부당한 요구를 정당하게 거절하는 일, 타인의 무례한 태도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일, 고통스럽거나 피학적인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방치하지 않는 일등이 모두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더 나아가 자신에 대해 건강하고 성숙한 이미지를 내면에 정립하면 좋습니다. 그 이미지가 다시 자신을 만드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정한다는 사실을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못나고 부정적인 면을 사랑하게 되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 우선 정신 에너지가 두 배로 강해집니다. 그동안 내면의 부정적인 영역을 억압하는 데 사용되던 정신 에너지가 창조적인 쪽으로 전환됩니다. 몸과 마음이 더욱 활기차게 되고, 업무에서도 더욱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진심으로 타인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동안은 당위적 덕목으로서 휴머니즘을 실천해왔다면 이제는 공감적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외부로 투사되어 타인을 사랑하지 못하게 했던 그 모든 부정적인 요소들이 실은 자신의 모습이었음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 출처:천개의 공감/김형경 지음/한겨레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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