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가 수행을 위해 산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어느 계곡에 다다랐을 때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젊은 여인을 보았습니다.

그 여인은 계곡의 물살이 나무 거센 탓에 건널 엄두를 못 내고 있었지요.

이 모습을 본 제자는 수행 중에 젊은 여인에게 마음을 두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자기 혼자 계곡을 건넜습니다.

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자신의 스승은 이 여인을 업고 계곡을 건너는 게 아니겠습니까.

보드랍고 하얀 피부를 가진 그 젊은 여인을 말입니다.

거듭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의 인사를 하는 여인을 뒤로하고 스승과 제자는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정상에서 내려와 산자락에 도착했을 즈음 참다 못한 제자가 스승에게 따지듯 물었습니다.

“스승님, 어찌 수행 중에 젊은 여인을 업을 수 있단 말입니까?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자 이 스승이 빙긋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너는 어찌하여 아직도 그 여인을 짊어지고 있는 게냐.”

당신이 여전히 내려놓지 못한 채 짊어지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을 깨닫기까지 산을 대체 몇 번이나 넘어야 합니까?

< 『나에게 고맙다』 세계사/다사카 히로시 지음, 김윤희 옮김 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