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의 주요 특징은 언제나 자신과 타인의 구별이 유지되고 보존된다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항상

상대를 전적으로 나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인지한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의 이러한 개별성과 독립성을 늘 존중하고

심지어는 격려한다.

다른 사람의 개별성을 인지 못하는 극단적인 형태가 나르시시즘이다. 나르시시즘의 사람들은 아이나 배우자나 친구가 감정적인

면에서 자신과 분리된 독립적인 개체임을 깨닫지 못한다. 나르시시즘적인 사람들은 타인을 타인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정이입능력이 모자란다. 감정이입이란 바로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나르시시즘적인 부모는 감정이입능력이 결핍돼 있어서 감정적인 면에서 아이에게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거나 확인하지 못한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는 자신의 느낌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더 나아가서는

어떻게 관리할지 몰라 심각한 곤란을 겪는다.

많은 부모가 아이들의 독특한 개성을 감지하지 못하고 그 대신 자신의 일부로 여긴다. 이는 마치 좋은 옷과 예쁘게 깎인 잔디와

멋진 광택 나는 자동차를 세상에서의 지위를 나타내주는 자신의 일부로 여기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것은 부모에게 흔한

가볍지만 파괴적인 나르시시즘의 형태다.

사람들은 보통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과 분리된 개체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은 부모 노릇뿐만 아니라 모든

친밀한 관계도 방해한다. 예를 들어 결혼을 산에 오르기 위한 베이스캠프로 비유할 때 남편들은 일단 결혼하면 모든 에너지를

산을 오르는 데 쓰고 베이스캠프인 결혼은 전혀 돌보지 않는다. 또한 아무 때나 휴식과 기분전환을 위해 돌아왔을 때 그것이

완벽한 상태로 거기에 있기를 바란다.

아내는 일단 결혼하면 일생의 목적을 이루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느끼는 사람에게 결혼이란 베이스캠프가 아니라

산 정상 그 자체다. 따라서 남편의 성취욕이나 갈망, 가정생활 밖의 경험 등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하고 남편을

질투하고 가정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으라고 닦달한다.

하지만 진정한 결혼은 공동 협조 체제로서, 상호간의 협조와 배려,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영적 성장의 정상을 향해

들어선 여정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 둘 다 가정을 돌봐야 하고 둘 다 각자의 생에 도전해 나가야 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사랑은 다른 사람의 개별성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서로 분리 또는 상실의 위험에 직면하면서까지 독립성을

길러 주려고 애쓰는 것이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개인의 영적 성장이며, 정상에 오르는 이 고독한 여행은 혼자 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가야 할 길> M. 스캇 펙 지음 | 최미양 옮김 | 율리시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