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이야기] 사랑이란 행위로 표현될 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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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조회 작성일 15-11-13 00:00본문
사랑은 느낌이 아니다. 정말 많은 사람이 사랑의 느낌을 가지고서 그에 반응하여 무자비하고 파괴적인 태도로 행동한다.
한편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의식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애정 있고 건설적인 행동을 취한다. 실제로는 당시 그를 전혀
사랑하지 않고 심지어 어떤 면에서는 혐오스러운 부분을 발견했을 때조차도 그렇다.
사랑의 느낌은 애착을 수반하는 정서다. 애착 과정을 통해 상대가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이다. 애착하게 되면 보통
‘사랑의 대상’이라는 상대에게 자신의 일부처럼 에너지가 몰입된다. 그리하여 자신과 에너지 몰입 대상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를
애착관계라고 부른다. 그러한 관계를 동시다발적으로 가질 수 있으므로 ‘애착관계들’이라는 표현도 있다. 또 사랑하는 대상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잃게 되면서 대상에게서 투여된 에너지를 빼내는 과정을 ‘탈애착’이라고 한다. 사랑을 느낌이라고 믿는
오류는 애착과 사랑을 혼동하기 때문에 생긴다. 사랑과 애착이 비슷한 과정을 거쳐 일어나기 때문에 이러한 혼돈이 생기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둘 사이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첫째, 우리는 생명이나 영혼의 유무에 관계없이 어떤 대상에 애착한다. 이를테면 어떤 이는 주식이나 보물에 애착하고
사랑을 느낄지도 모른다. 둘째, 다른 인간에게 애착한다는 것이 대상의 영적인 발전을 위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의존적인 사람은 애착 대상인 아내나 남편의 영적인 발전을 두려워한다. 셋째, 애착의 강도는 지혜나
헌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낯선 두 사람이 술집에서 만나 서로에게 끌렸을 때는 함께 잠자리하는 순간만이 최우선의
관심사이다. 끝으로 애착은 떠다니는 것, 순간적인 것일지 모른다. 두 사람은 성관계가 끝나자마자 서로에게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욕망도 사라질 것이다.
반면에 진정한 사랑은 책임 있고 지혜로운 행동을 내포한다. 누군가의 영적 성장을 염려할 때, 책임감의 결여가 해로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관심을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에서 책임 의식은 치료의 기초가 된다. 내담자가 치료를 위해 협조하지 않으면 중요한 인간적
성장을 경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커다란 변화를 시도하기 전에 내담자는 상담자를 늘 변함없이 곁에 있는
동지라고 믿음으로써 힘과 안정감을 느껴야 한다.
이것은 결혼에 있어서도 별 차이가 없다. 건설적인 결혼은 건설적인 상담처럼 부부간에 자기 느낌을 규칙적으로, 즉 일정하고
변함없이,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관계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부부는 짝을 찾으려는 인간적 본능이 사라지는 그 순간에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항상 옆에 있어야만 한다는 느낌에서 벗어나 얼마 동안 서로 떨어져 있고
싶을 때가 있다. 바로 이때 서로의 사랑은 시험대에 오르며 그들의 사랑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알게 된다.
사랑은 애착의 문제를 초월한다. 사랑은 애착이나 사랑의 느낌과는 상관없이 존재한다. 물론 애착이나 사랑의 느낌을 동반한
사랑이 훨씬 재미있고 쉽다. 그러나 애착과 사랑의 느낌 없이도 사랑할 수 있다. 순수하고 초월적인 사랑과 단순한 애착의
구별은 바로 이러한 가능성의 실현에 달려 있다. 이러한 구별의 핵심어가 ‘의지’이다.
진정한 사랑은 감정보다는 의지에서 나온다. 참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려는 마음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은
사랑의 느낌이 없어도 사랑하겠다고 결심할 수 있다. 사랑의 느낌이 있으면 더욱 좋다. 그러나 느낌이 없을 때도 사랑하려는
의지와 헌신은 여전히 존재할 수 있으며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느낌으로 행동하는 것을 억제할 능력이
있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사랑의 느낌에는 제한이 없지만 사랑할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누구에게 집중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고, 그를 향해 사랑의 의지를 집중해야 한다. 참사랑은 사랑으로 인해 압도되는 그런 느낌이 아니다. 그것은
책임감 있게 심사숙고한 끝에 내리는 결정이다.
------<아직도 가야 할 길> M. 스캇 펙 지음 | 최미양 옮김 | 율리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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