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 커뮤니티

상담센터 소식

[이별이야기-1] 이별을 말하지 않는 사람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조회 작성일 20-02-11 00:00

본문

 

 

이별을 말하지 않는 사람들

 

 

우리는 삶 속에서 사랑을 만나기도 하지만 이별도 만납니다.

여러분은 이별을 만나면 어떻게 하십니까?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모든 감정을 내려놓은 채 날마다 낡아가거나,

떠난 사람을 깨끗이 잊으려 바쁘게 지내며

괜찮아지기를 기다리지는 않으십니까?

 

 

 

서점에 가면 사랑에 관한 책은 읽기도 숨찰 만큼 많은데

이별에 대한 책은 찾아내기조차 힘듭니다.

 

우리는 이별하는 방법을 모를 뿐 아니라

이별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으려 합니다.

 

누구나 이별의 고통을 겪지만 그에 대한 감정 문제가 처음 논의된 것은

20세기에 이르러서입니다.

 

프로이트는 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장병의 유족이나 미망인이

특별한 감정상태에 처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들을 면담한 경험을 토대로

“애도와 우울증” 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슬픔은 보통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

혹은 사랑하는 사람의 자리에 대신 들어선 어떤 추상적인 것,

즉 조국, 자유, 이상 등의 상실에 대한 반응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의 경우에는 똑같은 종류의 상실이 슬픔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을 유발한다.”

 

프로이트는 슬픔을 정상적인 애도,

우울증을 비정상적인 애도반응으로 구분했습니다.

 

그가 제시하는 비정상적인 애도반응에는

고통스러울 정도의 낙심,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 중단,

사랑할 수 있는 능력 상실, 모든 행동의 억제, 그리고 자기를 비난하면서

누군가 자기를 벌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는 상태 등이 있습니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다음 세대 학자들에 의해 수정되어왔지만,

그는 잘 이별하지 못하면 병이 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제안했습니다.

 

이후 애도 이론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더 발전했습니다.

프로이트의 딸 안나 프로이트는

2차 대전 중 영국이 폭격 당했을 때 가족을 잃은 아이들이 겪는 혼란을

폭넓게 연구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상실을 경험하면

체중감소, 키가 잘 자라지 않는 현상. 항문 괄약근 기능 저하,

언어 발달 지연 등의 장애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비슷한 시기 멜라니 클라인은

아기가 엄마와 사랑을 잘 나누면 정신적 안정감, 잠재력, 창의력 등이 발현하고,

사랑의 대상을 잃거나 사랑이 결핍되면 분노, 시기심, 방어적 태도 등이 생긴다고 설명합니다.

 

존 볼비는 애착과 상실 이론을 총망라하여 정리한 학자로

그는 애도과정을 마비, 그리움과 추구, 혼란과 절망, 재조직의 4단계로 설명합니다.

 

이제는 누구나 한 인간을 정신적으로 탄생시키고 꾸준하게 성장하는 힘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을 병들게 하거나 심리적 죽음에 이르게 하는 기제는

사랑을 잃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경험입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애도의 5단계 이론을 제안하여 널리 알려진 심리학자입니다.

 

어렸을 때 그는 블랙키라는 토끼를 키웠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블랙키를 푸줏간에 데려가라고 했을 때

그는 멀리 달아나라고 토끼를 내쫓았습니다.

 

그러나 토끼는 거듭 그의 품으로 돌아왔고,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은 후

결국 블랙키를 푸줏간으로 데려갔습니다.

 

자루에 담겨 나오는 블랙키를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었을 때

그때까지도 블랙키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날 저녁 식사시간에 블랙키를 먹는 식구들이 그의 눈에는 식인종처럼 보였고,

그 후 그는 거의 40년 동안 블래키를 위해, 또는 다른 어떤 이를 위해 울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40년 후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워크숍을 위해 하와이에 잠시 머물 때 사소한 것에도 돈을 요구하는 집 주인에게

죽이고 싶을 정도의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 분노를 삭이며 워크숍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후

통제하지 못한 분노를 친구에게 쏟아 부었고

40년 동안 울지 않았던 그는 갑자기 통곡하듯 울었습니다.

 

그 집주인은 매사에 알뜰했던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고

그는 블랙키를 잃은 슬픔에 울부짖는 소녀가 되어 있었습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울지 않는 대신 자신의 슬픔을 들여다보며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애도의 5단계 이론을 제안했을 것입니다.

그의 애도 과정에는 슬픔이나 통곡하기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보다 앞서서 그랜저 E. 웨스트라는 심리학자는

중요한 것을 잃었을 때 사로잡히게 되는

감정의 10단계를 먼저 발표했습니다.

 

그것은 충격, 감정의 표현, 절망과 외로움, 육체적 불쾌감, 공포, 죄책감,

분노와 적개심, 저항, 희망, 현실 긍정 등입니다.

 

프로이트는 정상적 애도와 병리적 애도를 구분했지만,

이별 후 느끼는 모든 감정은 그 당사자에게 필요하고 정당한 반응이라고 합니다.

 

 

엘리자베스가 40년 동안 울지 않은 일도

당사자에게는 정당한 반응이었습니다.

 

이별할 때면 사랑할 때와 마찬가지로

내면의 모든 감정이 일시에 솟구쳐 오릅니다.

 

평소와는 다른, 어둡고 혼돈스러운 내면으로 들어가

저 위에 열거된 것과 같은 부정적인 자기 모습과 만나게 됩니다.

 

바로 그것을 마주 볼 자신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별을 외면하고 지나가는 것입니다.

 

 

출처 : 좋은 이별.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 푸른숲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