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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왜 치료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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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조회 작성일 22-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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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적 참전’,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은 『당신이 옳다』라는 그녀의 저서에서

“공감은 마치 한 인간이 마음속에서 벌이고 있는 외롭고 처절한 심리적 전쟁에 아군으로서 함께 있어주는 것”

이라고 말합니다. 공감을 ‘심리적 CPR’에 비유하면서, 물리적 심정지 상태에 이른 환자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심폐소생술에 비견할 만큼 강력한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요.


  칼 로저스(Carl Rogers, 1902∼1987)에 의해서 발전된 인본주의적 상담심리 이론인 인간중심치료(person-centered therapy)는 핵심적인 치료적 요인으로서 상담자의 세 가지 태도, 즉 진정성, 공감적 이해,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을 강조합니다. 이와 같은 치료적 태도를 관통하는 기본 전제 중 하나는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수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수용’이란 개개인이 살면서 경험하고 느끼는 각자의 ‘주관적’ 세계에 대해 그 어떠한 평가나 판단을 배제한 채 그 자체로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한 개인의 가치는 그 어떠한 행위, 성취 등에 상관없이 이미 그 ‘존재’ 자체로 충분한 것입니다.


  우리는 성장 과정에서 부모를 비롯하여 친구, 미디어, 사회로부터 끊임없이 조건화된 가치를 내사하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타인의 가치를 ‘마치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인 것처럼’ 내재화하게 되는데, 이러한 내재화 과정은 유년기부터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처럼 외부로부터 내사한 조건화된 가치와 유기체적 자기로서의 경험 간 괴리가 클수록 개인은 심리적 고통을 겪게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흔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칭찬 또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타인에 대한 외적 통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식을 가장 사랑하는 존재인 부모조차도 아무런 이유 없이 존재 자체만으로 자식을 칭찬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본인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올바른’, 혹은 ‘맞는’ 행동을 했을 때 칭찬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자녀의 생각, 감정, 행위 등을 통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로저스는 『진정한 사람 되기(On Becoming a Person)』에서 칭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신기하게도 긍정적인 평가는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것과 같은 위협이 된다. 왜냐하면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 역시 당신이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말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가치 판단의 소재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기 자신이어야 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재 자체에 대한 수용을 전제로 하는 상담자의 공감은 “내담자에 대한 반응의 ‘기술’이 아니라 내담자와 관계 속에 있기 위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인간중심 상담의 임상적 적용』 p. 133). 공감은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을 ‘똑같이’ 느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가지는 감정이나 느낌이 ‘그럴 수 있겠다’라고 기꺼이 수용되고 이해되는 것입니다. 심리적 고통 속에서 ‘나는 혼자다’, ‘외롭다’, ‘나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내 존재 자체가 잘못되었다’와 같은 사고에 함몰되어 있는 내담자에게 상담자의 깊은 공감은 지금까지 타인으로부터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계의 경험, 즉 나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온전한 수용을 통해 외로움과 소외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치유적 힘을 발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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