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추구해야 하는가?

  “삶의 이유를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모든 것을 견딜 수 있다.”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니체(F. W. Nietzsche, 1844∼1900)의 말입니다. 이 말이 여러분의 마음에는 어떻게 와닿으시나요?

  심리학에서 ‘삶의 의미(meaning in life)’에 대한 논의는 실존적 심리치료에서 비롯되어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 1905∼1997)이 ‘의미에의 의지(will to meaning)’를 제안한 이후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상담심리 이론 가운데 하나인 실존적 심리치료에서는 인간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 세상에 우연히 던져진 존재로서, 필연적으로 ‘실존적 불안’을 지니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정신병리는 인간에게 주어진 실존적 조건, 즉 죽음(유한성), 고독(분리성), 무의미(무근거성), 자유(불확실성)를 직면하면서 느끼는 실존적 불안에 대한 방어에 기인한다는 것이지요. 그중에서도 죽음은 실존적 불안의 핵심을 이룹니다(권석만, 『현대 심리치료와 상담이론』, 2012, 학지사, pp. 317, 324~325).

  빅터 프랭클은 일반 대중에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죽음의 수용소에서(Man’s Search for Meaning)』(1946)를 쓴 작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는 실존적 심리치료를 이끈 핵심 인물로서 심리치료의 한 기법인 의미치료(Logotherapy)의 창안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수용소 생활 중 사람들의 대처와 반응을 관찰한 바를 토대로 의미치료를 확립하는 데 일생을 헌신했습니다. 프랭클은 ‘의미 추구의 의지’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로 보았습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추동(drive)을 갖고 있으며, 의미를 찾지 못하면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모든 고통에는 의미가 있으며, 고통 가운데에서 의미를 발견한다면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일 수 없다고 역설했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의미란 없기 때문에 개개인은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삶의 의미는 개인이 고통에 직면했을 때, 그 고통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다시 말해, 고통은 ‘의미에의 욕구’를 자극합니다(Baumeister, 1991). 많은 학자들이 고통과 불행에 대처하는 방법으로서 의미를 추구하는 것은 삶에 대한 통제감을 회복하고 자기 가치감을 강화해주며(Taylor, 1983), 고통스러운 사건에서 의미를 찾을 때 개인적 성장이 촉진된다고 하였습니다(King & Pennebaker, 1998). 

  이 세상에서 거의 유일한 불변의 진리는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입니다(물론, 과학의 발전과 함께 ‘인간은 죽는다.’라는 진리 또한 언젠가는 변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의 삶에 언젠간 끝이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상기할 때, 우리는 삶의 의미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손쉽게 자신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타인의 기준과 평가에 의존해버리곤 합니다. 우리 주위의 많은 이들이 ‘실존적 공허’를 느끼며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삶을 살아가야 할 나만의 이유를 찾기가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늘 죽음을 인식하면서 산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서글픈 일이지만, 실존적 공허 속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삶의 유한성에 대한 감각이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