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a Feldman Barrett. 2017.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KPI출판그룹.]

‘1장. 지문의 감정을 찾아서’ (기존 연구에 대한 반박, 새로운 시각 제시)

 재미로 이야기하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관한 이야기 중 하나인 립밤을 보면 남자는 최선을 다해 색을 구분한 것이 빨강, 핑크, 분홍 정도 선에서 끝나지만, 실제로 판매되는 걸 보면 톤프리 스타일의 베이지 컬러의 914호, 코랄 느낌의 916호, 톤프리 핑크의 918호 등등 구매자인 여성은 얼굴 톤에 따라서 세세하게 색을 구분하며 구매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감정에서도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슬픔, 즐거움, 화로 모든 감정을 말하지만 누군가는 기쁨, 슬픔, 공포, 겁에 질린, 경외감 등등 다양한 단어로 표현합니다. 이런 구분을 감정 입자도(emotional granularity)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감정입자도라는 용어에는 감정을 각자 다르게 인식할 수 있는데 그것을 얼마나 ‘정확히’ 판단하여 구분하는가라는 전제가 따라옵니다. 정확한 감정이라는 건 어떤 걸까요? 감정의 고전적 견해에서는 감정에 따른 특정 신체 패턴이 있다고 하며, 각 감정은 유일무이하다는 측면에서 감정 지문(emotional fingerprint)이라고 명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를 검증하기 위한 안면 근전도 검사, 안면 움직임 부호화, 기본 감정 기법(안면 피드백 가설), 뇌 연구, 메타분석 등 모든 연구에서 각각 한계가 있었고 일정한 결과를 얻어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봅니다. 예전엔 동일 상황-동일 감정이라고 봤지만, TAT그림을 보고 각자 다르게 해석을 하듯 동일 상황-상이한 감정으로 연결을 변경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감정 사례 범주를 다윈의 개체군 사고(population thinking)-특정 범주는 공통 핵심이 없는 유일무이한 개체들로 이루어진 개체군이다-를 적용해 바라봅니다. 감정 개념을 일종의 범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다만 추상적인 평균 사례가 대표 감정의 이미지로 존재할 뿐입니다. 뇌 연구에서도 기존에는 하나의 뇌 영역-하나의 감정으로 봤지만 하나의 핵심 체계(core system)-다양한 정신 체계의 연결을 확인합니다.

 기존의 연구 결과들과 감정에 대한 시각을 부정하며 감정은 범주로 존재한다고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분노’라고 부르는 감정은 수많은 분노를 느끼는 사례를 평균한 대표 이미지이며 이것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통계적 의미를 지닐 뿐입니다. 세상에 모든 여자는 각자 다르지만 여자라는 범주 안에서는 대표성을 지니는 것과 같습니다. 일대일의 감정 지문은 신화입니다. 일대다의 다양성이 표준이며 다양성 안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오류들 또한 정상입니다. 감정을 그런 시각에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이어 2장에서는 다양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구성된 감정 이론”을 제시합니다.